구두야, 스니커즈야?…20만원 넘는데 불티나게 팔리는 비결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입력 2023-04-03 06:52   수정 2023-04-03 14:09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제화(신발 제조)업은 섬유 못지 않게 사양화한 산업이다. 일본의 유명 스포츠 브랜드와 신발 브랜드가 여럿 존재하지만 생산은 대부분 동남아 등 해외에서 한다. 그런 일본에서 100% 수작업, 100% '메이드 인 히로시마'를 고집하는 신발회사가 있다.

고급 스니커즈 브랜드 스핑글무브를 만드는 스핑글컴퍼니다. 지금은 한 켤레 20만원이 넘는 스니커즈를 생산하는 스핑글컴퍼니지만 원래는 싸구려 고무장화를 대량 생산하던 회사였다. 1933년 설립한 고무공장 이치만이 스핑글컴퍼니의 전신이다.


이치만도 중국과 동남아의 저가공세에 밀려 생존의 위기에 몰렸다. 이 회사가 살아남은 비결 역시 20여년 전부터 사업모델을 박리다매에서 독자기술의 고부가가치 제품을 다품종 소량생산하는 쪽으로 바꾼 것이다.

스핑글무브는 특히 미국 대만 홍콩 등 해외에서 인기가 높다. 스니커즈는 면 재질의 본체에 고무 밑창이 붙어있는 신발이다. 스핑글무브는 가죽 재질에 고무 밑창을 붙여서 가죽구두 같기도 하고 스니커즈 같기도 한 스타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고무에 다른 재질을 붙이려면 열이 필요하다. 가죽은 열에 약하기 때문에 보통의 가죽구두는 밑창을 붙일 때 접착제를 사용한다. 스핑글무브는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열로 가죽과 고무를 붙인 제품이다.


열을 이용해 가죽과 고무를 붙이는 방법을 '벌커나이즈(Vulcanized) 공법'이라고 한다. 100도의 고온·고압 화류관에서 1시간 이상 쪄서 가죽과 고무 밑창을 붙이는 방식이다.


구니하라 나오키 스핑글컴퍼니 마케팅 담당자는 "고무를 쪄 붙이는 벌커나이즈 공법은 밑창이 물리적으로 떨어질 수 없다"며 "낭창낭창한 고무 특유의 탄력성으로 발을 감싸주기 때문에 걷기 편한 점도 벌커나이즈 공법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벌커나이즈 공법은 스핑글컴퍼니의 독자기술이 아니다. 미국에서 개발된 기술이고 일본에도 사용하는 기업이 있다. 스핑글무브가 특히 인기를 끄는 건 독특한 구김과 미묘한 곡선이 살아있는 디자인 덕분이다.


스핑글컴퍼니가 90년 전부터 고무 가공업을 하면서 쌓은 노하우를 활용해 100% 수작업으로 생산하기 때문에 가능한 디자인이다. 스핑글컴퍼니는 히로시마현 후추시 공장 한 곳에서 모든 스핑글무브를 생산한다.


접착제를 사용하는 제조법으로는 하루에 1000켤레 이상도 생산할 수 있지만 벌커나이즈 제조법과 100% 수작업을 고집하는 탓에 1일 최대 생산량은 600켤레 정도다. 구니하라 마케팅 담당자는 "100% '메이드 인 재팬'의 수작업을 고집하는데 스핑글컴퍼니의 부가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히로시마=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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